Story of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변하지 않았지만, 도시는 건물을 조금 새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배롱나무 위 처마는, 정확히 무슨 형태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덕분에 주변의 정원과 내어진 빈 공간이, 뭔가 다르다고 느껴지게 됩니다. 낮은 나무와 여린 풀 더미를 스쳐 건물 쪽으로 다가섭니다.

부드럽게 반사되는 빛들이 바람처럼 불어옵니다. 벽돌은 벽이 되어 이어지다 멈춰 서서 입구를 만들고, 깊고 높은 커튼이 나를 품듯 정문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를 젖히면, 종전과는 다른 곳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한 눈에 보이지만, 보이는 대로는 알아채기 힘든 공간.

나를 맞이하는 모습으로 형태를 이루고 있는 카운터를 지나면, 반드시 뒤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당신을 환영합니다.

Dejavu

푹신한 카펫, 단단한 대리석, 울림 없는 벽지.

여기에 이르는 동안 만났던 기억 속의 재료들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휘어지는 복도는 감각의 너머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데자뷰 그리고 약간의 현기증.

Doors Open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누구도 실패하지 않고 객실 문을 찾아냅니다.

드디어 문이 열립니다.

각각의 방은 들어오는 모든 상황을 기꺼이 맞이합니다.

방은 모습을 갖추고 기능하기 위한 모든 것들이 채워지게 됩니다.

재료는 본연의 역할을 잊지 않은 채, 익숙하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서로 만나고 헤어집니다.

단단한 바탕 위에 정밀하게 만들어진 맞춤새는, 재료들의 완고한 악수 같습니다.

따뜻한 포옹입니다.

Born in Nature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고
그래서 친숙하기도 한 나무와 돌은 이 호텔 객실의 대부분을 이룹니다.

여기서 이 둘은 서로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닿으면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나무는, 처음에는 안락한 침대 주변에 차분히 머물면서 쓰임새가 유용한 작은 테이블이 되기도 하고 편안한 등받이가 되기도 하며 피곤에 지친 발을 내려놓을 수도 있는 반듯한 발판이 됩니다. 그러다가도 어느덧 침실의 주인을 욕실로 안내하는 넉넉한 벽면의 안내자가 되어 물에 젖은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기도 하고, 바람과 햇볕이 가득한 발코니의 가느다란 창틀이 되어 침실 곁에 함께 하기도 할 것입니다.

Back to Basic

반면에 단단하면서도 화려한 무늬를 지닌 돌의 육중한 표면은 침실 바닥 아래에 내려와 깔려 언제든 아무렇게 앉거나 편히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소파처럼 야트막한 계단이 되고, 이윽고 샤워실의 벽면은 물론이고 따뜻한 물이 담기는 욕조나 동그랗고 조그만 세면대로 변하기도 합니다. 손 망치로 두들겨 비스듬히 깎아 만든 돌벽의 자연스런 장식은 그 육중함을 덜어내어 가까이 곁에 두어도 불편함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만든 것입니다. 밀도가 다르고 비중이 다르니 당연히 그 부피도 다르고 무게도 다른 것만큼이나 나무와 돌은 서로가 닮은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두 자연을 한군데에다 고스란히 모아두고 나란히 바라본다면, 각자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것들 이외에 다른 무언가를 스스로 드러낼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시작된 시도는 지금에서야 그 결실을 맞이합니다.

이제 남겨진 것은 바로 이곳을 방문할 모든 분이 그렇게 해서 드러난 어떤 무언가를 직접 찾아내고 또 직접 느껴보는 순간들뿐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일상의 무거움을 내려둘 편안함이 깃들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